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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토제닉/저탄고지 한 달 후기 및 장단점내 몸 실험실/식단 일기 2019. 7. 20. 06:45
뭘 먹을지 하루하루 고민하다 보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단식을 끝내고 바로 시작해서 몸무게는 단식 마지막 날(43.4kg)에 비해 1.5kg 정도 증량된 이후로는 거의 44kg 후반대를 유지했다.(물 단식 이전 간헐적 단식만 하던 시기의 몸무게는 47.4kg) 키토제닉 식단을 하면서 16:8 간헐적 단식도 지속·병행했다. 처음에는 44kg 중반을 유지했는데 2주가 지나자 44kg 후반으로 밀려났다. 그때쯤 슬슬 근육운동을 시작해서 영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뱃살이었다. 다른 곳은 빠졌는데 유독 뱃살은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만져지는 살은 원래도 많긴 했지만 겉보기에 배가 많이 나와 보였고 오히려 전보다 늘어난 것 같기도 했다. 식단을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화장실을 이틀에 한 번꼴로 가는 것이 이유일 수도 있다. 이건 먹는 양이 줄어들어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 단식 이전에도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이 극적으로 줄은 건 아니었다. 게다가 단식 이전이 오히려 식이섬유의 섭취가 더 적었는데도 화장실 문제는 한 번도 없었다. 새로운 고민거리다. 일단은 유산균을 꾸준히 섭취하고 식단구성에서 식이섬유를 좀 더 늘려봐야겠다.
- 내가 느낀 키토제닉/저탄고지 식단의 장단점
한 달 동안 키토제닉 식단을 유지하면서 느낀 장점은,
1. 피부가 좋아진다. 근데 사실 이건 키토제닉을 하면서 알게 된 사과 발효식초를 넣은 물을 수시로 마셔준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영어로 '애플 사이다 비니거Apple Cider Venegar'라고도 부르는 사과 발효식초는 식사 전이나 식사 중에 마시면 음식물의 섭취로 인슐린이 급격하게 치솟는 걸 방지해준다고 해서 마시기 시작했는데, 원래 맹물을 잘 못 마셔서 물 마실 때마다 1티스푼씩 넣다 보니 꽤 즐겨 마시게 됐다. 그래서 이전보다 물을 많이 마시게 된 이점도 있다.
2. 체중이 감량된다. 물론 나는 7일 단식으로부터 이어져서 증량이 있긴 했지만 단식 이전의 몸무게를 생각하면 2.5kg 정도가 감량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3. 생리통이 없어지고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 된다. 대자연 이틀째에는 항상 생리통에 시달렸었는데 그동안의 두 번의 대자연 모두, 생리통이 없이 지나갔다. 대신 생리량은 줄었다. 그리고 원래 생리주기가 굉장히 불규칙했는데 오히려 그게 좀 잡힌 것 같다. 아직은 두 번밖에 안 겪어봐서 이건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4. 요리실력이 는다. 매일 새로운 요리를 접하게 되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새로운 레시피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평생 만들어볼까 말까 한 음식들까지도 만들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피자 도우를 연구하질 않나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프랑스 요리를 찾아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5. 내가 먹는 음식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 말은 사실 그동안 내가 먹는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무신경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는 말과도 같다. 재료를 구입할 때, 뒤에 있는 성분표를 자세히 살펴보고 몸에 해로울 만한 성분은 없는지를 꼭 확인하게 되었다. 야채나 과일은 무조건 몸에 좋아서 많이 먹어야 하고, 지방이 많은 고기와 유제품은 피해야 한다는 느낌에 입각한 선입견을 고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6. 위의 내용과 이어지는 거지만, 우리가 먹는 식재료와 우리의 몸에 대한 지식이 늘어난다.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식재료에 대해 알게 된다던지, 내 입으로 들어간 음식이 몸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리고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 공부하면서 그에 따른 지식이 늘고, 영양적인 면을 늘 따지게 되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7. 이러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으로도 확대된다. 식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 부분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예전에도 1년 정도 비건을 했던 시기가 있어서 더 그럴 진 몰라도 확실히 자연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자연을 위해 더 나은 소비가 늘어나면 그에 따른 공급도 필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단점은,
1. 식단을 다양한 재료로 매일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매 번 식단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이건 키토 식단에 맞춘 요리들이 처음이고 재료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과정이라 점차 익숙해지면 해결될 문제인 것 같다. 나중에는 meal prep처럼 하루 날 잡아서 한꺼번에 3일이나 5일 치를 만들어 두고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2. 장을 너무 자주 봐야 한다. 식단에서 치즈나 야채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아무래도 신선한 식재료들의 유통기한이 짧다 보니 장을 자주 보러 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귀찮았다. 원래도 집 밖을 나가는 걸 싫어했어서 어떻게 보면 강제로라도 햇볕을 보고 산책을 하게 되었다는 게 이점일 수도 있으나, 특히나 이런 더운 여름날은 더 귀찮다.
3.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변비가 올 수 있다. 이전에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은 갔는데 이틀에 한 번 꼴로 가게 되어서 은근 신경이 쓰인다. 아무래도 지방 섭취가 늘어나면서 먹는 양이 조금 줄어든 탓이 제일 큰 것 같다. 양을 조금씩 예전만큼 늘리고 유산균과 식이섬유 섭취에 더 신경을 쓰는 게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는 첫 끼니를 요거트로 시작하는 게 도움이 되었다.)
4. 나라에 따라 식비가 더 들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유럽에 살면서 그나마 식비에 드는 비용이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일반식을 할 때보다 재료비가 비싸다. 한국에 갈 때마다 한 번씩 장을 보면 나오는 비용에 놀라곤 했는데 해외에서 구입해야 하는 식품들도 많고 식재료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키토제닉 식단을 할 때는 비용적인 면에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한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라던지 공동 구매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다.(인터넷 구매에 있어서는 한국이 더 쌀 수도 있다.)
5. 탄.단.지 비율 계산에 집착하게 된다. 아무래도 초반이라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나하나 계산해 가며 먹는다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나처럼 귀차니즘이 심한 사람들은 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나는 사실 방학기간이고 한국이 아니라는 점에서 식단을 시작한 이후에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 외식하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서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서 외식할 일이 늘어나면 메뉴 선정에 있어서 좀 고민이 될 것 같긴 하다. 물론 예전에 비건 채식을 할 때 보다야 훨씬 선택의 폭이 넓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사람들과 만날 때에는 저탄고지의 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융통성 있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어야 하겠다.
그리고 매일 식단 일기를 쓰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그전에 맛있게 먹었던 레시피를 다시 찾아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언제 뭘 먹었는지, 이상한 걸 먹진 않았는지, 얼만큼 먹었는지를 수치 상으로도 볼 수 있어서, 나중에 한 달이나 몇 개월 단위로 정리할 때에도 변화를 한 번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할 것 같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결과만을 가지고 식단의 장단점을 판단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기에 앞으로도 이와 관련해 공부하면서 식단을 지속해 볼 예정이다. 위에 적은 단점들로만 봤을 때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일단은 실보다 득이 많은 식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키토제닉/저탄고지 다이어트에 있어서 미용목적의 체중감량은 사실 정말 부수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식단이 나에게 맞는지,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하면서 지속 가능한 식단으로 활용함으로써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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